7개월 아기와 광복절 3일 연휴, 외출은 집 앞 마트 한 번이 전부였다

광복절이 낀 3일 연휴 동안 7개월 아기를 데리고 나간 곳은 집 앞 마트 한 번이 전부였다. 유모차로 편도 10분, 머문 시간은 30분. 나머지는 전부 거실에서 보냈다.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연휴 전에 확인했어야 할 세 가지를 하나도 확인하지 않은 대가였다.

계획은 세 개였고, 성사된 건 마트뿐이었다

첫날인 광복절 아침, 원래 일정은 백화점 문화센터의 오전 수업이었다. 아기 옷까지 입혀 놓고 앱을 열었더니 공지 게시판 맨 위에 휴강 안내가 붙어 있었다. 게시일은 연휴가 시작되기 전 주. 일주일 가까이 떠 있던 공지를 당일 아침에야 봤다.

둘째 날은 차로 15분 거리 쇼핑몰의 유아휴게실이 목표였다. 주차장 진입로부터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7개월은 수유 텀이 3시간 안팎이라, 주차에 40분을 쓰면 도착하자마자 수유하고 바로 돌아 나와야 하는 계산이 나왔다. 진입로에서 회차했다.

셋째 날 마트가 유일한 성공이었다. 성공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규모였지만, 아기는 카트 유아석에서 형광등과 진열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30분을 조용히 보냈다. 사흘 중 가장 평화로운 외출이 마트였다는 게 이번 연휴의 요약이다.

돌아보면 7개월의 하루는 수유 5회와 낮잠 2회로 쪼개져 있어서, 외출이 가능한 창은 오전 낮잠 뒤와 오후 낮잠 뒤 각각 2시간 남짓뿐이었다. 이 창을 하나라도 확인 실패로 날리면 그날 외출은 끝난다. 연휴라 평일 일정의 축이 사라지니 이 창 계산도 같이 무너졌다. 쉬는 날인데 쉰 사람은 없는 기분은 여기서 나왔다.

소아과가 쉰다는 건 콧물이 나기 전에 알았어야 했다

둘째 날 저녁부터 아기가 콧물을 흘렸다. 열은 없었지만 연휴는 아직 하루 남아 있었고, 단골 소아과에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았다. 지도앱 상세페이지를 열어 보니 평일과 토요일 시간만 적혀 있고 공휴일 줄 자체가 없었다.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빈칸이었다.

콧물이 시작된 밤, 거실에 꺼내 둔 체온계

그제서야 응급의료포털에서 연휴 비상진료 기관을 검색했다. 동네 이름으로 검색하면 연휴에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이 날짜별로 나온다. 차로 20분 거리에 문을 연 소아과가 한 곳 있었다. 다행히 콧물은 다음 날 잦아들어 가지 않았지만, 열이 나는 상황이었다면 이 검색을 아기를 안고 한 손으로 하고 있었을 거다. 이 명단은 연휴 전날 확인해서 캡처해 두는 게 맞았다.

일정이 꼬인 원인은 결국 하나였다. 연휴는 달력에 미리 적혀 있는데, 우리 집의 확인은 전부 당일에 이뤄졌다는 것.

거실에서 사흘을 버티게 해 준 것들

집에 있는 걸로 돌려 막았다. 사흘 동안 실제로 시간을 벌어 준 것만 추리면 다섯 개다. 아래 시간은 이번 연휴 사흘 동안 우리 아기를 관찰한 기준이고, 아기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물건/놀이 사양 쓴 시점 한 번에 버틴 시간
폴더매트 PE 폼, 140×200cm, 두께 4cm 기상 직후 배밀이 연습 20~30분
아치형 모빌짐 폭 60cm, 행잉 토이 3개 오전 낮잠 들어가기 전 15분 전후
그물형 플라스틱 공 지름 10cm, 구멍 뚫린 그물 구조 배밀이 유도용으로 앞에 굴림 10~15분
냉장 치발기 실리콘, 냉장고 30분 보관 오후 이앓이로 칭얼댈 때 10분 전후
이불 터널 빨래건조대에 극세사 이불 셋째 날 오후, 다 지겨워했을 때 5분을 못 넘김

표에서 남는 결론은 두 가지였다. 첫째, 물건보다 순서가 중요했다. 같은 모빌짐도 낮잠 직전에 눕히면 15분을 갔지만 낮잠에서 깬 직후엔 5분 만에 울었다. 둘째, 마지막 줄의 이불 터널처럼 어른 눈에 그럴듯한 놀이일수록 빨리 끝났다. 7개월에게는 새로 만든 놀이보다 냉장고에서 방금 나온 차가운 치발기가 더 확실했다.

사흘 내내 성공률이 가장 높았던 냉장 치발기

다음 연휴 전에 확인할 것

다음 연휴 전날 밤, 10분이면 끝나는 확인 세 가지를 남긴다. 셋 다 화면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1. 단골 소아과 지도앱 상세페이지에 '공휴일' 영업시간 줄이 따로 있는지. 평일 시간만 적힌 곳은 이번 연휴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줄이 없으면 응급의료포털에서 동네 이름으로 연휴 비상진료 기관을 검색해 결과 화면을 캡처해 둔다.
  2. 문화센터·수업 앱의 공지 게시판 맨 위에 휴강 공지가 있는지. 이번 휴강 공지는 연휴 전 주에 이미 올라와 있었다. 예약 내역 화면만 봐서는 안 보이고, 공지 탭을 직접 열어야 뜬다.
  3. 가려는 실내 시설의 지도앱에 실시간 주차 혼잡 표시가 뜨는지, 상세페이지 시설 안내에 수유실 층수가 적혀 있는지. 이 두 줄이 있는 시설은 연휴에도 계산이 서고, 없는 시설은 이번 쇼핑몰처럼 진입로에서 회차하게 된다.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장난감을 정리한 거실

거실에서 보낸 사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게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결말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 기록은 아직 기지 못하는 7개월, 낮잠 2회 아기 기준이다. 돌 지나 걷기 시작하면 거실 사흘은 성립하지 않을 테고, 그때는 확인 목록이 아니라 목적지 자체를 다시 골라야 한다. 다음 추석 연휴에 같은 세 가지를 전날 밤에 확인하고, 결과가 달라지는지 비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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